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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ook

[장목단] 상사몽

 

 

지은이: 장목단

제목: 상사몽 1-3

특전: 소책자, 일러스트 4장

발행일: 2009. 6. 28~ 2010. 3. 21

판형, 페이지: 신국판, 360p, ?,  387p

등장인물: 매조위, 임정원

 

 

 

 

 

<줄거리>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행방불명이 된 후, 별볼일 없는 남자를 만난 어머니 덕분에 가세가 기울어 정원은 호스트로 일하게 된다. 삶이 점점 고되어 질수록 묘한 꿈을 꾸는 정원. 어느 날 꿈이 아니라 다른 세상으로 잠깐씩 방문했던 것임을 알게 되고, 완전히 그 세계로 차원이동을 하게 된다. 영문도 모르고 초환국이라는 세상으로 차원이동을 한 정원은 자신처럼 차원이동을 하는 사람들을 초환국에서는 해각시라고 부르며 '차운로를 따라 온갖 세계를 떠돌아다닐 수 있는 망량'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초환국에서 처음 만난 존재는 초환국의 황제인 매조위. 그러나 너무나 잘생긴 이 남자는 자신의 외모가 흉측하다며 가면을 쓰고 다니고, 그런 자신에게 아름답다고 말하는 정원을 유린하면서 관계가 꼬이기 시작한다. 꼭두각시 황제로 괴로운 과거를 안고 있는 매조위는 유일하게 자신을 아름답다 말해주는 정원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되고, 서서히 변화를 도모하기 시작한다.

한편 정원은 아버지 역시 해각시라는 것을 알게 되어 아버지를 찾은 후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려 하는데, 자신에게 집착하는 매조위에게 복잡미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매조위는 그런 정원을 돌려보내지 않으려 한다. 마침내 초환국은 대 격변의 정세를 맞이하고 정원은 자신에게 집착하는 매조위의 곁에 남는다.

 

 

장목단 님의 WOW가 평이 좋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기 때문에 장목단님의 책은 내 취향이 아닌가 보다 싶었지만, 책마다 다를 수 있는 일이므로 상사몽을 집어들었다. 1권 시작부분이 지루하고 안 좋은 의미로 질척거렸다. 암울하고 혈(血)이 질척거리는 묘사가 구토를 유발할 정도로 굉장히 자세하고 (역겨운 묘사 부분의) 분량이 상당히 많아서 계속 읽는 것이 꽤나 고역이었다. 피로도가 높아서 그냥 건너뛰고 싶은 부분이 많았지만 한번 건너뛰면 계속 건너뛰고 싶어질 것 같아서 참고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시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확실히 장목단님이 글을 잘 쓰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이 너무 지루했으나 꾹 참고 읽다보니 쓸데없이 길다 생각했던 묘사와 설명들이 어느 새 영화 속 풍경처럼 새겨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긴 묘사를 읽을수록 장면이 구체화되는 느낌이었다.

 

황제와 차원이동은 흔한 소재이고 불우한 시절을 보낸 황제의 권력 되찾기 역시 흔한 소재인데, 상사몽에서는 개성적으로 잘 짰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가 아닌 황제의 부모 세대의 원한과 사랑으로 인한 황제의 트라우마나, 이를 이용하는 권력 찬탈자의 등장, 아름다운 자신의 외모를 흉측하다 여기는 정신병에 시달리는 황제의 모습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무엇보다 사족이 되었을수도 있는 부모세대의 이야기가 매우 매력적이었다. 이는 후기에서 작가님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으로 여타의 소설에서는 가볍게 언급되거나 회상신으로 잠시 등장하는 것과는 달리 거의 1권을 부모들의 이야기에 할애하고 있는데, 그 절절함이나 비참함, 그들의 심정이 아주 잘 묘사되어 있었다.

 

황후 소향과 말단 호위무사 건원, 그리고 황제. 원래 비극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그들의 도주내내 단어 하나도 놓치지 못하고 꼼꼼히 읽고 있었다. 건원이 황후와 도망치면서 죄없이 죽어갈 사람들을 일별하고 돌아서는 장면은 도망자들의 선택을 무덤덤하게 묘사하면서 죄책감을 가볍게 보여주는데, 글이 진행될수록 가볍다 여겼던 죄책감의 태산같은 무게와 그보다 깊은 그들의 마음이 점점 실체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가슴 깊이 먹먹하게 다가왔다.

평범한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매조위의 모습도 비참한 도망길을 현실적으로 보여주었으며, 가까이 다가온 최후의 순간에 아이와 건원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던 소향이 최선의 선택을 찾아내려 애쓰는 모습과, 결국 잡힌 상황에서 황제가 아이를 죽이지 않을 거라는 얄팍한 믿음에 애써 매달리는 모습, 그리고 황제가 건원을 살려줄거라 믿고자 하는 덧없고 안타까운 마음들이 너무나 비참한 그들의 삶의 종말을 여실히 보여주어서 더욱 인상 깊었다.

등장이 매우 적었던, 잔인하고 냉정한 황제도 황후를 조금은 마음에 두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단지 황제로서의 자존심 뿐인 것 같기도 한 듯, 모호하게만 나와서 오히려 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소향과 건원, 그들의 허무한, 아니 비참한 끔은 처음부터 예견되어 있었지만(어린 조위가 받았을 최초의 가장 큰 상처이자 트라우마로) 그들의 이야기는 본편에 덧붙는 이야기라기보다는 독립된 그들의 이야기 같아서 더 좋았다.

천제는 조위와 건원을 한 눈에 알아보았고 그래서 조위에게 건원을 죽이도록 했다. 그 상황에서 건원의 알아듣지 못할 소리가 다정하게 느껴졌다는 조위의 회상이 천제의 잔인함과 상처받은 자존심, 그리고 건원의 애정과 어린 나이임에도 조위가 무의식적으로 건원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렇게 괴롭고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 매조위가 정상적으로 자란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태라면 더더욱. 그래서 그의 정신병이 납득이 가고 더 애처롭게 여겨진다. 그 와중에도 반전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 온 점에서 주인공다운 뛰어남을 증명해 보였다. 자신을 아름답다 말해준 정원에게 집착하고 약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그를 붙잡기 위해 미움받을 짓도 서슴지 않는 면에서는 나약함을 보여주며 한 인간의 복잡다단한 면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래서 매조위가 그렇게 매력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원은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애초에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매조위와는 달리 감정적으로 우위에 서서 혼란스러워 하는 점이나, 적극적인 선택보다는 주변에 떠밀려서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래도 매조위의 마음을 다독여 줄 수 있으니 그것으로 됐다. 서로가 서로를 채워줄 수 있다면 되니까.

 

 

 

 

책 표지와 속지의 컬러 일러스트를 책 사이즈의 일러스트로 따로 제작하였는데, 어두운 느낌의 일러스트는 상사몽의 분위기와도 잘 맞았고,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보고 있으면 흐뭇하다.

 

 

사족 1.

꽤 이름 있는 작가님인데 생각지도 못한 오타가 많았다. "불과 → 불가, 어쩐지 → 허쩐지" 등, 기본적인 단어들이 몇 번이나 반복해서 틀리는 것을 보면 타이핑 도중의 오타는 아닌 듯 싶어서 더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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