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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ook

[키에] PUPPET

 

키에

2009년 2월 22일 발행

국판 425p

등장인물: 정원, 윤신희

 

 

 

 

 

키에님 특유의 주인공들이 나온다.

 

공은 주로 잘났고 가진게 많으며 차갑고 이기적인 소시오패스적 성격을 가진 나쁜남자, 게다가 칼 같이 딱 자르는 성격이라 연애는 대부분 즐기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냉정하게 자르는(버리는) 타입, 양심도 별로 없어서 복수도 잔혹한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 수에게는 완전히 달라진다. 다정해지거나 광적으로 집착하거나.

수는 예쁘거나 귀엽고 사랑받는 타입이지만 마음 한 구석에 상처가 있어서 아련아련한 면이 있으며 공과는 또 다른 칼 같은 면이 있어서 공의 정체(?)를 알게 되면 눈물 짜지 않고 단칼에 잘라버리는 단호함이 있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후회공이 많이 나온다. 이 책도 비슷한 주인공들이 나온다. 후회공은 아니고 계략공이라는 점이 조금 다르지만.

 

남과는 아주 많이 다른 아버지를 둔 탓에 조금은 특별한 환경에서 자란 원이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사람을 쉽게 못 사귀지만 한 번 사귀면 매우 깊게 사귀고 진실한 사랑에 대해 아주 많이 겁을 먹고 있다. 그런 원이와 3년동안 같은 반이었으면서도 서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신희는 어느 날 우연히 원이의 사진을 찍고, 그에게 깊이 빠지게 된다.

 

그러니까 운명이란 참 묘한 것이었다. 가까운 곳에서 오래 알고 지낸 것과는 상관없다. 사랑에 빠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한 순간이다. 그 순간은 마치 패닝(Panning)처럼 모든 배경이 사라지고 그 상대만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부분의 묘사가 참 감명 깊었다.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것을 이렇게 감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신희는 자신만만하게, 그러나 오랜 시간을 두고 원이를 손에 넣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온 정성을 다해 길들일 셈이었다. 사람을 길들이는 건 간단하다. 동물과 다르지 않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전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조교할 수 있다. 그리고 습관에 익숙해진 동물은 그 습관이 붕괴되는 순간 공포를 느낀다. 공포와 사랑은 유사한 박동수를 갖는다.

 

사실 읽으면서 원이가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겁이 많아서 도망치면서도 길들여지고 싶어하는 외로운 여우, 길들여지고 나면 그리움으로 더 외로워질 것을 알면서도 어린왕자에게 다가가던 여우, 안쓰럽고 슬퍼서 더 사랑해주고 싶은...

그리고 원이의 아버지와 강사장의 관계가 참 특이해서 인상이 깊었다. 그러나 따로 책이 나온다면 보고 싶지는 않다. 강사장은 마음에 들지만 원이 아버지가 참 싫은 타입이라서 말이다. 아이에게 가장 큰 트라우마를 갖게 하는 사람은 부모라고 생각한다. 원이의 아버지는 딱 그런 사람이고.

 

책 내용 중에서 또 인상깊었던 장면은 이 부분이었다.

 

강사장이 했던 충고들은 대부분이 유용하지만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 어떤 상황에서도 일상을 깨지는 말라는 말이었다. 해야 할 건 하고 평소와 같이 바쁘게 살아가면 눈 앞에 크게 보이던 문제도 실상은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는 그의 말은 꽤 잘 들어맞았다.

 

 내가 늘 생각하는 부분을 아주 잘 정리한 것 같은 문장이었다. 괴롭고 힘들다고 일상을 깨버리면 다시 돌아오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일상을 붙들고 빨리 털어버리려 노력해야 그나마 회복이 빠른 법이다. 그러니 힘들다고, 괴롭다고 다 놓아버리지는 말기를. 한 손에 일상은 꼭 붙들고 있기를.

그리고 이겨내기를....

 

 

전체적으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많아서 좋았던 책이었다.

 

 

 

 

 

사족1.

신희 관련 에피소드에서 억지스러운 면이 조금 있었으나 원이와의 관계 진행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라 어쩔 수 없이 납득했다.

 

사족2.

원이의 사람 사귀는 타입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친구 재훈이는,

정말 당장 헤어지게 만들고 싶을 정도로 진상 타입이었다.

왜 저런 녀석과 친구가 된건지...

그러나 차마 버리지 못하고 친구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원이의 성격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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