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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ook

[ijen] 극야

 

 

 

ijen

극야 1-3 (완)

2016년 2월 28일 발행 (온리우편)

국판/ 1권 297p, 2권 326p, 3권 364p

등장인물: 제이드, 리욘 스카르페딘 엘리아스 아그나르

 

 

<줄거리>

 

  북유럽의 가상국가를 배경으로 한 현대 판타지. 1945년 러시아 소행성 폭발 이후 인근지역을 중심으로 염동력과 정신감응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난다. 국제 보건기구에서는 이를 텔레키네시스 신드롬이라고 명명하고 질병으로 분류한 후 연구를 위해 이 아이들을 애틀란타 질병 통제 예방 센터 부설 연구소에 수용한다. 그러나 1988년, 이 연구소 안에서 온갖 학대와 비인간적인 연구가 자행되어 왔음이 갑작스럽게 폭로되면서 연구소는 패쇄되고 이천여명의 환자들이 하루 아침에 낯선 바깥 세상에 내던져진다. 세상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외부에 방출된 제노스들은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세상사람들은 그런 그들을 제노스(xenos: 이방인)라고 부른다.

  염동력과 정신감응능력은 윗세대, 여성, 동양인일수록 그 능력이 강하지만 능력이 강한 만큼 후유증이 커서 거의 살아남지 못한다. 또한 제노스 중에는 남자임에도 임신이 가능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제이는 3세대에 남자지만 아시안 혼혈로 능력이 뛰어난 편이며 임신이 가능한 타입으로 민간군사기업 블라스트에서 용병으로 활동하고 있던 중 북유럽 연방의 수장국 에시르(가상설정)의 왕세자 리욘의 경호원으로 고용된다. 이들의 만남은 사실상 두 번째로 7년 전 제이는 리욘의 경호원으로 잠시 일한 적이 있었다. 제노스 출신 왕비(계모)에게 위협당하던 리욘은 제노스를 극도로 싫어하여 제노스인 제이가 자신의 경호원이 된 것을 매우 싫어했으나 곧 편견을 버리고, 원래부터 자신의 타입이었던 제이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여 좋지 않게 헤어지고 만다. 이후 자신의 마음이 사랑임을 자각한 리욘이 7년만에 제이를 다시 경호원으로 고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재회했을 때 제이는 딸아이를 낳아 양육하고 있었는데, 리욘은 제이에 대한 애정과 아이의 아버지에 대한 질투를 숨기지 않는다. 아이에 대한 복잡미묘한 심경까지도. 리욘만 모를 뿐, 리욘에 대한 깊은 마음을 간직한 제이는 리욘의 정적이자 최대의 휘협인 제노스 왕비를 제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가슴아픈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고통도 겪지만 결국 리욘과 행복을 맞이하게 된다.

 

 

 

우편배송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망설였지만, 키워드와 발췌가 취향이었던데다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결국 예약했다. 현대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북유럽의 가상국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라서 그런지 이야기는 재미있는 편이었다.

초반에 등장한 제노스 왕비의 능력을 체험한 리욘의 경험담을 읽으면서 제노스 왕비의 끔찍한 성격에 대해 혐오감을 느꼈는데, 후반에 진상을 알게 되면서 과연 더 끔찍한 것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여전히 왕비인지, 왕비에게 감정적으로 이용당한(그러나 그 상황을 스스로 선택한) 누군가인지.

 

리욘은 제이에게 연애대상으로서 사랑을 느끼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표현하는데 비해 제이의 감정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숭배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싶었다. 자신에 대한 것은 배제하고, 상대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고, 아니 몰랐으면 하는 마음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 감정을 처음 갖게 되는 리욘과의 에피소드는 사실, 억지에 가깝지 않나 싶기도 했지만 끝까지 일관성은 유지한 듯 싶다.

제노스로서 의지할 곳도 없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써 본적도 없었던 어린 제이에게는 기대고 싶은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리욘이 읊었던 <리니 왕자와 소녀 시그니>의 마법 주문은 그만큼 매력적이기도 했으니까.

 

리욘과 제이 사이에 중요한 소재가 되는 동화 <리니 왕자와 소녀 시그니>는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은데, 참 적절하게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에 읽으면서 침대를 움직이는 주문을 읽으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수동적으로 잡혀간 것이 공주가 아니라 왕자라는 점이 신기했던 것도. 계몽사 책을 읽었었던 것 같은데 왕자가 정말 예쁘게 그려졌었다. 잠에 빠진 왕자가 여주인공인 시그니보다 더 예뻐서 한참을 본 것 같은 기억이 난다. 리욘은 무력하게 납치나 당해서 평민 소녀에게 구출되는 리니 왕자를 바보취급하며 너무나 싫어했지만 말이다. (내 기억에 유럽 동화중에는 이런 식으로 평민 소녀가 왕자를 구해주는 동화가 몇 개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하면 신데렐라의 다른 버전이 아닌가 싶지만.)

 

안타까웠던 부분은 또 다른 제노스이자 제이의 형이었던 그 사람의 이야기였다. 제이와 형은 똑같은 방식으로 한 사람을 숭배하듯 사랑했지만, 그 대상이 전혀 다른 타입이었기에 결말마저 달랐다. 리욘은 제이를 위해 어떤 희생이라도 치르려 했고 함께 행복해지길 원했기에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지만, 제이의 형이 사랑했던 사람은 제이의 형을 사랑하는 방식마저 이기적이었고, 결국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변질되어 제이의 형을 이용하기만 하다 함께 파멸하게 된다. (그 파멸의 장소와 방식은 각각 달랐을지라도) 제이의 형이 마지막 순간까지 어린 제이를 데려가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서 그 여자의 이기적인 면이 더욱 부각되어 보였다. 한편으론 제이를 데려가지 않은 것은 어린 제이를 버리고 그녀를 선택한 형의 어리석음이기에 제이와의 차이점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말이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기는 했었는데, 무심하고 정적으로 등장하던 제이의 문란했던 과거가 갑작스레 등장하는 바람에 흥미도가 뚝 떨어지고 말았다. 리욘도, 리욘의 가짜 왕세자비도 문란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그런 사람들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갑자기 전혀 안 그랬을 것 같은 제이의 문란했던 생활이 뜬금없이 묘사가 되니 이미지가 와장창 깨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덕분에 후반부는 완전 냉정하게 읽은 느낌이다...

 

 

사족 1.

제노스 출신 왕비나 제이가 결국 왕비가 되는 과정, 그리고 국민들의 반응들이 실제 유럽 몇몇 왕가의 추문에 가까운 결혼 스토리들과 연관되어서인지 자연스럽게 납득이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동화가 산산조각나는 동심파괴의 현장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나의 모습을 통해 현실과 동화의 괴리를 더욱 느끼기도 했다. (현실도 어느 정도여야지 완전 막장스토리들은 정말 동심파괴...)

 

사족 2.

역시 신데렐라는 본인의 노력보다는 상대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의 케이티 왕세자비는 왕자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에게 두 번이나 차이는 바람에 자포자기로 결혼한 느낌이 강하고, 노르웨이 메테 마릿 왕세자비는 엄청난 과거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왕세자가 끝까지 그녀에 대한 애정을 지킨 덕분에 신데렐라가 될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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